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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 님이 좋아요 (1956)

노래 이야기 ‘마리아 칼라스’는 1950년대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인데요.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굴곡진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노래의 감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라고 불렸던 가수가 있었는데요. 바로 그 주인공은 ‘황금심’ 선배님입니다. 황금심 선배님은 1936년 15세의 나이에 오케레코드 전속가수 선발 모집에서 1등으로 입상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는데요. 꾀꼬리처럼 고운 목소리로 사람들은 황금심 선배님을 '꾀꼬리의 여왕' 불렀고요. 그저 노래를 곱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민요조의 구성진 창법에 처연하면서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노래들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달래주었습니다. 흔히, 요즘엔 ‘호소력 짙은 목소리’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황금심 선배님의 목소리는 단순한 ‘호소력’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깊은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면서 그리운 마음은 더욱 애틋하게 만들고, 고달픈 마음은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서글픈 마음은 포근하게 감싸주었는데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고, 196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날들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황금심 선배님의 노래는 힘든 현실을 견디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었죠. 활동 초창기에 황금심 선배님은 ‘알뜰한 당신’, ‘울산 큰애기’, ‘마음의 항구’, ‘외로운 가로등’과 같은 노래들로 일제 강점기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면서 ‘반도악극좌’의 단원으로 공연을 다녔는데요. 이때 악극단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고복수’ 선배님입니다. 음악과 사랑으로 하나 된 두 사람은 10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서 결혼을 하고, 함께 악극단 활동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는데요. 하지만, 6.25 전쟁 때 고복수 선배님이 인민군에 의해 납치되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때, 황금심 선배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데요. 그러다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고복수 선배님과 극적인 상봉을 하면서 더 이상의 시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황금심 선배님은 ‘삼다도 소식’과 ‘뽕따러 가세’ 등의 노래가 히트하면서 명성을 이어갔지만, 고복수 선배님이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두 사람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가수를 은퇴한 고복수 선배님이 월부서적 외판원으로 일하는 처지까지 놓이게 되면서 황금심 선배님은 정말 많은 노래들을 부르며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는데요. 영화주제가뿐만 아니라 연속극 주제가 등등 이 당시에 황금심 선배님이 부른 노래들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황금심 선배님은 삶의 굴곡들을 노래의 자양분으로 삼아서 더 깊이있고, 더 애틋하게 노래하면서 깊은 감동을 선사했구요. 1956년에 발표한 ‘님이 좋아요’ 역시 황금심 선배님의 처연하면서도 애틋한 목소리가 가슴에 파고드는 명곡입니다. “간다더니 왜 왔소 간다더니 왜 돌아왔소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길이라더니 그래도 님이라고 우는 나를 쓰다듬네 무정하고 야속해도 님이 좋아요 싫다더니 왜 왔소 싫다더니 왜 찾어왔소 이번 길이 너와 나와 끝이라더니 못믿을 님이련만 댕기 끝을 매어주네 밉다하고 싫다해도 님이 좋아요” 월견초 선생님의 가사 구절마다 원망과 사랑이 교차하고, 백영호 선생님의 구슬픈 멜로디따라 미운정과 고운정이 곱게 펼쳐지는 ‘님이 좋아요’는 황금심 선배님의 절창으로 완성된 명곡으로 이미자 선배님도 다시 부른 적이 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미운 정이라고 하죠. 원망스러울 때도 있고, 미울 때도 있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괴로워서 눈물짓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미운 마음보다 좋은 마음이 앞서면서 다시 용서하고 곁을 내주면서 고운 정을 쌓아가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오늘도 미워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이 노래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