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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물학과 미술의 절묘한 만남 - 피에르 위그전

이번 강의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윅스퀼의 움벨트와 깁슨의 어포던스 개념을 설명합니다. 프리스턴의 마코프 블랭킷(MB)과 바렐라의 인액티비즘, 그리고 움벨트와 어포던스로부터 얻은 통찰을 통합하여 살아있는 시스템의 '경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시도하고, 나아가 나가르주나의 공(空)사상의 핵심인 중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러한 경계에 대한 관점과 유기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생명철학의 관점을 그대로 예술작품으로 녹여낸 놀라운 전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시 제목부터가 경계라는 뜻의 'Liminal'입니다. 복합적인 경계—통계적이고, 행위된 것이며(enacted), 주관적이고도(움벨트), 관계적인(어포던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공(empty)인—를 멋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낸 피에르 위그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전시에 몇개의 작품에 대해 같이 자세히 살펴보면서 특히 바렐라의 인액티비즘을 새로운 관점에서 음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김주환. (2025). "경계를 통한 명상의 이해: 마코프 블랭킷 모델, 인액티비즘, 중관사상의 경계 개념 탐구", 명상의학, 2025년 1호. 20-30. 윅스퀼의 움벨트와 경계 개념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üll)의 ‘움벨트(Umwelt)’ 개 념과 제임스 깁슨(James Gibson)의 ‘어포던스(Affordances)’ 개념은 유기체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적 인터페이스로서의 경계 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통찰력있는 관점을 제공해준다. 일단 이 두 개념의 내용을 살펴본 후에 마코프 블랭킷 모델, 인액티비 즘, 중관사상과의 이론적 중첩성에 대해 알아보자. 윅스퀼은 20세기 초 생물학 및 철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개념 인 ‘움벨트 (Umwelt)’를 제시했다. 움벨트는 특정 종의 유기체 가 세상을 인지하고 경험하는 고유한 방식을 의미하며, 이는 해 당 유기체의 감각 기관과 지각 시스템의 능력에 의해 형성된다. 윅스퀼은 움벨트를 유기체의 주관적인 “주변 세계” 또는 “현 상 세계(phenomenal world)”, “자기 세계(self-world)”로 정 의했다. 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선험적 물리적 환경, 즉 윅 스퀼이 ‘움게붕(Umgebung)’이라고 칭한 것과는 구별된다. 움 게붕이 인간 관찰자의 특정 관점에서 본 인간중심적 세계라면, 움벨트는 해당 유기체가 주체로서 존재하고 행위하는 지각 세계 그 자체이다. 윅스퀼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를 단순한 기계가 아닌 주체 (subject)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각 유기체는 자신의 신체 과정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한 현상 세계, 즉 움 벨트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이는 칸트 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 로, 우리가 감각을 넘어서는 실체적 지식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 각과 유사하다. 윅스퀼은 이러한 관점을 동물 주관성으로 확장 하여, 각 종의 움벨트를 그들 고유의 선험적 구성 능력의 산물로 간주했다. 움벨트는 유기체에게 의미있는 세계의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 윅스퀼이 제시한 유명한 진드기(tick)의 예시는 이를 잘 보여준 다. 진드기의 움벨트는 극도로 제한적이며, 오직 세 가지 의미 전달자 또는 ‘표시(marks)’로 구성된다: (1) 모든 포유류의 피지선에서 나는 부티르산(butyric acid) 냄새, (2) 포유류의 혈액 온도에 해당하는 37°C의 온도, (3) 포 유류의 털 구조(털이 없는 지점을 찾기 위함). 진드기에게 숲의 다른 모든 요소(새소리, 물소리, 바람 등)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 마찬가지이며, 오직 이 세 가지 표시만이 진드기의 생존과 번 식에 관련된 행위를 촉발하는 의미를 지닌다. 나뭇잎에 며칠이 고 가만히 죽은듯이 매달려 있던 진드기는 부티르산 냄새나 따 뜻한 온도에 반응하여 스스로 낙하함으로써 지나가는 포유류 몸 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처럼 움벨트는 유기체의 주관성, 즉 세 상이 그 유기체에게 어떻게 의미있게 드러나는지를 포착한다. 움벨트는 정적인 세계가 아니라, 윅스퀼이 ‘기능적 순환 (functional circle)’이라고 명명한 역동적인 지각-행동 고리 (perception-action loop)를 통해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 성된다. 이 기능적 순환은 두 가지 핵심 요소, 즉 ‘지각세계 (Merkwelt)’와 ‘행위세계(Wirkwelt)’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다. 윅스퀼은 “주체가 지각하는 모든 것은 그의 지각세계가 되 고,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은 그의 행위세계[Wirkwelt]가 된다. 지 각세계와 행위세계는 함께 닫힌 단위, 즉 움벨트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유기체의 ‘지각 세계’는 특정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환경의 특징들로 구성된다. 이는 단순히 외부 자극의 수동적 수 용이 아니라, 유기체가 능동적으로 환경으로부터 의미있는 신호 를 선택하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행위세계는 유기체가 환경에 가하는 모든 행동과 그 효과를 포함한다. 이는 유기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행동 목록에 의해 결정되며, 지각된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진드기가 부티르산 냄새(Merkmal)를 지각하면(Merkwelt), 나무에서 떨어지는 행 동(Wirkwelt)을 수행하는 것이다. 생명체의 지각세계와 행위세계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폐쇄 된 단위(closed unit)를 형성하며, 이 둘의 상호작용이 바로 기 능적 순환이다. 유기체는 환경으로부터 특정 신호를 지각하고, 그에 반응하여 행동하며, 이 행동은 다시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유기체의 위치를 바꿔 새로운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 이 끊임없 는 순환 과정을 통해 유기체는 자신의 움벨트를 적극적으로 창 조하고 유지한다. 움벨트 개념은 생명 시스템의 ‘경계’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시 사점을 제공한다. 윅스퀼은 유기체가 외부 경계를 가지고 있으 며, 이 경계가 움벨트를 정의한다고 보았다. 이 경계는 물리적 인 막(예: 세포막)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기능적 순환 에 의해 정의되는 주관적이고도 현상학적인 경계다. 즉, 유기체 의 메르크벨트(무엇을 감지할 수 있는가)와 비르크벨트(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한계가 곧 그 유기체의 의미있는 세계와의 경계 를 설정한다. 이 주관적 경계는 객관적 환경과의 구분을 명확히 해주며, 각 유기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 안에 살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시스템 경계에 대한 순전히 객관적이거나 물리적인 정의와는 다 르다. 움벨트 관점에서 경계는 유기체의 내부 상태와 외부 세계 사이의 단순한 분리선이라기보다는, 유기체의 지각과 행동 능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성되고 유지되는 의미론적 인터페이스다. 더 나아가, 윅스퀼의 이론은 경계의 유동성과 복잡성을 암시한다. 문어와 같이 분산된 신경계를 가진 유기체의 경우, 단일 한 움벨트가 아닌 여러 개의 ‘움벨텐(Umwelten)’의 집합체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유기체 내부에도 다양한 지각-행동 시스템이 존재하며, 각각이 고유한 방식으로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기체 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때, 그들의 움벨트가 겹치거나 상호작용 하여 ‘기호영역(semiosphere)’을 형성한다는 생각 또는 ‘움벨트 중첩(Umwelt Overlap)’의 개념은 경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확장되거나 중첩되고,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움벨트 기반의 경계 이해는 순전히 통계적인 마코프 블랭킷 개념에 중요한 보완을 제공한다. 마코프 블랭킷은 시스 템의 내부 상태와 외부 상태를 구분하는 통계적 경계를 정의하 지만, 그 경계를 구성하는 감각 상태(sensory states)와 행위 상 태(active states)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시하지 않는다. 움벨트 이론은 이 감각 상태가 유기체의 메르크벨트에 해당하고, 활동 상태가 비르크벨트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 게 함으로써, 통계적 경계에 생물학적이고도 살아있는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즉, 마코프 블랭킷이라는 통계적 구조는 유기 체의 고유한 지각 및 행동 능력(움벨트)을 통해 생물학적/현상 학적 의미를 갖을 수 있게 되며, 경계는 통계적 사건들로 이루어 진 분리이면서도 동시에 주관적으로 구성되고 경험되는 인터페 이스임을 시사한다. -- #내면소통 #명상 #마음근력 #명상수업 #마코프블랭킷 #인액티비즘 #나가르주나 #중론 #중관사상 #경계 #피에르위그 #li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