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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이탈리아_폼페이(pompeii), 2천 년 전 로마 도시의 골목 풍광

폼페이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낍니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습니다. 2000년 전 사람들이 걸었던 포장된 골목길, 집집마다 그려진 화려한 벽화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찾은 폼페이는 달랐습니다. 신비로움보다는 한순간에 비극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슬픔과 연민이 밀려왔습니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찬란했던 도시 폼페이를 잿더미 속에 묻어버렸습니다. 2만 명의 사람들이 살았던 도시는 지옥으로 변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극은 역설적으로 2000년 후, 우리에게 로마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타임캡슐을 선물했습니다. 폼페이는 화산재 아래 묻혀 있었기에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폼페이 벽화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고대 로마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과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어느 부잣집 벽화에는 값비싼 대리석 원주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트롱프뢰유(Trompe-l'œil)'라는 눈속임 기법을 통해 마치 실제 원주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2000년 전 로마인들의 놀라운 기술력과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보다 훨씬 이전에 원근법을 사용한 벽화도 발견되어 미술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혁신적인 기법들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폼페이에서는 놀라운 유물들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한 귀족의 집에서 그리스 신화 속 '레다와 백조'를 묘사한 벽화가 발견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2000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색감과 관능적인 표현은 당시 예술의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2020년에는 '벽화로 장식된 식당'이 발굴되어 폼페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당 카운터에는 음식을 나르는 님프, 닭과 오리 등의 동물, 그리고 밝은 색상의 정물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메뉴판처럼 당시 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폼페이 발굴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질지 기대하며, 폼페이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인류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