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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벽화

이집트 벽화 속 인간의 묘사는 참으로 어색합니다. 얼굴과 발은 옆을 보고 서 있는데 몸통은 정면입니다. 만약 모델을 보고 이렇게 서 있으라고 하면 몸이 뒤틀려서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게다가 얼굴에 있는 눈은 또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4000년 전 화가들은 그림 실력이 지금만 못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을 그릴 때는 사실적으로 잘 그렸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육신이 부활한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육신이 온전히 제모습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생전의 온전한 모습을 그립니다. 그러다 보니 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그린 것입니다. 얼굴은 정면보다 옆모습, 눈은 정면, 몸통은 정면, 다리는 측면일 때 그 사람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를 ‘정면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이집트인들이 이를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지켰는지 모눈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네모 칸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위치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를 이집트 카논-Egypt Canon-이라 합니다.) 전체 등신의 비율, 팔, 다리의 길이까지 모든 것이 네모로 몇 칸인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두 화가가 상반신과 하반신을 각각 자신의 작업장에서 그려서 현장에서 맞추어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벽화에 그려진 일반인은 단순한 배경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것입니다. 이집트 벽화의 그림 그리는 방식은 20세기 들어 파블로 피카소에 의해 부활합니다. 옆 얼굴과 앞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입체파 그림은 이집트 벽화의 현대적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 #이집트 #벽화 #정면성의원리 #이집트카논 #피카소 #입체파